표지에 이끌려서 읽기 시작한 책이었는데, 그림 에세이인 줄은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이연이라는 분이 미술 크리에이터인 줄도 책을 읽으면서 알았더랬죠.
완독 후에는 그분 SNS를 바로 팔로우했지만 말입니다. ㅎㅎ
저는 1인 크리에이터, 그러니까 직장을 다니지 않고 본인이 뭔가를 창작하며,
뚜렷한 자기 주관이 있는 삶을 사는 그런 사람들을 존경합니다.
저는 어릴 적부터 그림에 관심이 많았지만, 그림을 그리라고 하면 잘 그려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빈 종이를 빤히 들여다보는 시간이 가장 긴 것 같습니다. 결국 어떤 풍경을 따라 그리던지 흔한 그림을 그려내곤 했죠.
그래서 그런지 본인의 캐릭터를 창작하고, 그 캐릭터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이들이 참 존경스럽습니다.
그런 저에게 프롤로그부터 아주 인상적인 문장이 한 줄 있었습니다.
"인간은 척추동물이지만 마음은 갑각류와 같아서, 껍데기를 벗어던진 가장 약해진 그 순간에 비로소 성장한다."
저에게 껍데기란 잘해야 한다는 강박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자에게는 껍데기는 소속이었다고 합니다. 모든 소속을 벗어던지고 오직 저자 본인의 이름으로만 살아남기 위해 노력했다고 합니다.
저자 스스로가 되는 일에 대해 고심하다가, 세상에는 너무나 많은 삶의 방식이 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에게 맞는 삶의 방식을 찾아 이연 스튜디오의 대표 이연이 됩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세상에는 다양한 삶의 방식이 있지만, 요즘 본인의 사업을 찾고 경제적 자유를 이루고자 하는 사람이 많아진 것 같습니다.
저 또한 저만의 사업을 운영하며 경제적 자유를 얻고자 하지만, 아직 소속이라는 껍데기를 벗지 못한 저로서는 저자가 마냥 대단하다고 느꼈습니다.
저자가 '내가 되는 일'을 찾기로 결심한 때가 지금의 제 나이보다 어린 시점이기 때문일까요.
혹은 저는 아직 저 자신을 믿어주지 못하기 때문일까요.
이런 식으로 제가 조금 멜랑꼴리해질 때면, 이 책은 끊임없이 저를 위로해줍니다.
내가 나를 가장 사랑해야 한다며, 타인이 바라는 모습이 아니라 본인이 바라는 모습이 되라며 말입니다.
또 나다움을 고민하는 중의 하나 방법을 제안해주기도 하는데요,
식물을 키울 때도 아주 중요한 '잔가지 치기'입니다.
원하지 않는 것들을 하나, 둘 잘라내면 비로소 제가 진정으로 원하는 모양으로 남는다는 것입니다.
물론 잔가지 치는 것도 나의 습관이나 생활 중 일부분을 포기할 줄 알아야 하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진정한 '나'의 모습을 찾을 수만 있다면 포기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의 서평을 쓰려고 책을 다시 폈다가 내용이 너무 좋아서 정독하고 말았습니다.
적당한 우울감과 그걸 극복하는 과정이 마음에 드는 책입니다.
이 책은 저자가 실제로 27살에 쓴 일기를 바탕으로 쓰인 책이라고 하는데,
저는 이렇게 감성 가득한 일기를 쓰는 사람들이 신기합니다.
저도 20살 이후부터 지속해서 일기를 써왔지만, 저는 마치 확진자 동선을 나열해놓은 것 마냥
오늘 어디 갔다가 뭘 먹었고 누굴 만났는지 사건 위주로 일기를 써놓기 때문입니다.
저도 28살의 제가 무슨 생각을 주로 하는지, 지금의 고민은 무엇이고 어떻게 해결하기로 했는지
'나'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일기로 써보도록 노력해봐야겠습니다.
에세이인데 중간중간 그림일기 형식으로 되어있어 읽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던 책입니다.
'나다움'을 찾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하며 서평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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