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부터 저는 영어를 사용하는 직업에 관해 관심이 많았습니다.
이유는 정확히 모릅니다만, 부모님이 제가 어릴 때부터 여행을 많이 데리고 다녀 주셔서 그런 것 같습니다.
스튜어디스, 번역가, 외교관 등 수많은 장래 희망이 스쳐 지나갔죠. 지금은 평범한 직장인이지만 말입니다.ㅎㅎ
물론 꿈을 아주 포기한 것은 아닙니다. 외무고시가 사라진 이후에는 외무영사관이 되기 위한 공부도 했었고,
시험의 쓴맛을 본 후에는 곧바로 해외에 나와 취업했기 때문이죠.
제가 해외 근무를 선망했고, 실천했기 때문일까요. 이 책은 제목만으로 저를 이끌었습니다.
지구에서 영어생활자로 살아남기라니. 저와 비슷한 사람일까 생각이 들어 읽기 시작한 백애리 작가님의 에세이, 리뷰 시작하겠습니다.
저자는 처음부터 해외에서 일하기를 원하는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잡지출판사, 방송작가로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일을 너무나 사랑했지만 본인을 잃는 듯한 느낌에 과감히 일을 그만두고 L.A.로 향합니다. 이 책이 쓰인 서막이라고 볼 수 있겠죠.
저자가 미국에 도착해 가장 먼저 한 일은 역시 영어 배우기였습니다. 그는 영어를 빠르게 배우는 데 온 신경을 집중했습니다.
확실히 언어는 본토에서 배우는 것이 가장 정확하고 빠른 것 같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중국어를 중국에서 배운 경험이 있는데요, 한어 병음과 성조만 조금 아는 저를 오로지 중국어로만 수업하셔서
초반에는 정말 아무것도 알아듣지 못해 난처했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딱 3개월이 지난 후에는 제가 모르는 단어를 말씀하셔도
'감'으로 알아듣는 지경에 이르렀죠. 저는 그래서 언어에서의 '감'이 참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물론, 모두가 알고 있듯이 언어는 꾸준해야 의미가 있지만 말입니다. 초반에 언어 공부하면서 느끼는 희열감이
언어 공부를 계속할 수 있게끔 도와준다고 생각이 듭니다.
가장 공감 갔던 문장은 인용문으로 공유하고자 합니다.
언어는 본질이 아니라 수단이라고. 뜻은 통하면 된다.
어휘 배우며 점차 늘리면 된다.
틀리거나 모른다고 입을 다물면 성장하던 실력은 거기서 멈춰버린다.
아니, 사용하지 않으면 오히려 후퇴한다.
당장 정확한 영어 단어를 모를 때에는 묘사를 하든 스무고개를 하든
머리를 짜내 상대방에게 내 뜻을 설명하면 되는 거였다.
이게 왜 가장 공감이 갔냐 하면, 제가 영어권 국가에서 해외 근무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영어를 조금 한다고 자부하고 외국에 나왔지만, 어떻게 제가 원어민만큼 잘하겠습니까. ㅎㅎ
원어민 앞에 서면 뭔가 조금 더 긴장되어서 될 말도 안 될 일이 수두룩합니다.
취업한 초창기에는 말을 너무 버벅거리고 단어를 자주 잊어버리는 저 자신이 원망스러웠지만,
돌고 돌아 설명해도 제 뜻만 전달한다면 상관없는 일입니다.
사실 이 마인드가 영어생활자, 아니 외국에 사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마인드인 것 같습니다. (언어적인 면에서는요!)
무슨 일을 하든지 간에 저 자신이 주눅 들기 시작하면 포기하게 되기 마련입니다.
언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언어는 자신감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말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처음엔 말이 굉장히 느렸습니다. 외국인 동료들이 하는 말이 너무 빨라 못 알아들은 적도 많고요.
혼자만 못 알아들었다는 사실에 자존심이 상해서 알아듣는 척 함께 웃다가 들키는 일도 몇 번 있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자존심을 세우는 게 아니라,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죠.
못 알아들었으면 못 알아들었다 솔직하게 얘기하고, 버벅거리더라도 하고 싶은 말을 해 본 사람과 안 해 본 사람은
6개월 안으로 실력에서 차이가 날 게 분명합니다.
다시 도서 리뷰로 돌아와서, 저자는 미국에서 어학연수를 마치고 NGO 유스 인턴으로 발탁되어 유럽으로 향합니다.
유럽에서도 언어의 벽을 느끼지만, 다시금 그 벽을 넘고 한 층 더 영어생활자에 가까워지는 저자의 모습이 보이며 책이 마무리됩니다.
지구에서 영어생활자로 살아남기가 좋은 책이라고 느낀 점 중 하나는 바로 영어의 특징에 대한 설명입니다.
그 설명을 본인의 경험에 녹여서 서술해주니 정말 이해하기가 쉽다고 느껴졌습니다.
예로, 우리나라는 주어가 '너 You'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지만, 서양에서는 주어가 '너 You'가 아니라 'It' 인 문장이 많다는 것입니다.
문장이 'It' 으로 시작하면 우리나라식으로 직역하더라도 돌려 말하는 느낌이 강합니다.
이 밖에도 책 중간중간 유익한 영어 표현들을 많이 알려줘서, 영어생활자로 살아남는 생존법뿐만 아니라
영어 표현들도 많이 알아갈 수 있습니다.
해외 근무, 특히 국제기구에서의 근무를 꿈꾸시는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드립니다.
영어를 잘 하고자 하는 사람들도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독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밀리의 서재 5년 사용 후기, 2023연말 결산 (2) | 2023.12.29 |
---|---|
매일을 헤엄치는 법 - 이연 (0) | 2023.04.18 |
팩트풀니스 - 한스 로슬링, 안나 로슬링, 링뢴룬드 (0) | 2023.04.13 |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 이어령, 김지수 (0) | 2023.03.30 |
진짜 게으른 사람이 쓴 게으름 탈출법 - 지이 (0) | 2023.03.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