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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 이어령, 김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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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구독하고 있는 밀리의 서재에서 꾸준히 베스트 셀러를 유지하기에 호기심에 읽기 시작한 책이지만,
다 읽고 난 지금은 또 읽고 싶은 책으로 등극한 책,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을 리뷰해보고자 합니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저는 이어령이라는 사람에 대해 잘 알지 못했습니다.
부끄럽지만 책과 공부를 멀리하고 살아왔기 때문이죠.
누군지 모르고 읽어봐도 대단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어령 선생의 마지막 수업 중, 삶과 죽음에 관한 수업을 가장 감명받아 리뷰로 쓰고자 합니다.

이어령 선생은 죽음에 대해서 '호랑이'라고 표현합니다. 이전에 이어령 선생이 말하던 호랑이는 동물원 속, 철창 속의 호랑이였다면,
이제는 철창 밖의 호랑이라고 비유합니다.
김지수 작가가 그를 인터뷰할 당시 그의 몸이 많이 약해져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건강할 때 말하는 죽음이란 방관할 수 있지만, 병을 얻은 후나 쇠약할 때 말하는 죽음은 무시할 수 없다는 의미를
철창 속, 철창 밖 호랑이로 비유한 것이죠.

저는 아직 20대 후반이라서 그런지, 죽음은 철창 속 호랑이도 아니고, 티비 속 호랑이 정도로 정말 현실감 없이 느껴집니다.
죽음을 생각하면 막연한 두려움이 분명히 있지만 나에게 닥칠 일은 아닌 듯한 신기루 같은 느낌이 큰데요,
철창 밖의 호랑이를 마주친다고 생각하면 그 두려움의 느낌이 조금 더 선명해지는 듯합니다.

이어령 선생은 죽음을 세계의 끝, 어스름 황혼이 아니라고도 설명합니다.
'돌아가셨다'고 하는 건, 탄생의 그 자리로 가는 것이라고 첨언하면서 말합니다.
그러면서 예시로 든 문장이 있는데, 정말 죽음에 대해 조금 알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릴 적 놀이터에서 놀다가 '그만 놀고 들어와 밥 먹어!'라고 부르는 엄마의 외침에 집으로 돌아가는 것을
어머니 곁, 원래 있던 모태의 곁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표현합니다.


그렇다면 생에 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셨을까요.
이어령 선생께서는 우리가 가져야 할 인생관에 대해서 고분고분 둥글둥글 살면 무엇이 진실인지 모르고 살게 된다며,
당신이 그랬듯이 모든 것에 의문을 가지는 것이 좋다고 얘기합니다.

저를 포함한 우리나라 사람들, 사주 참 좋아하잖아요.
이어령 선생은 그다지 사주를 좋아하지 않았을 거라 생각됩니다. 운명론은 나의 실패를 운명으로 덮어버릴 수 있게 되니
인생의 마다마다를 운명에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라고, 고약한 버릇이라고 말합니다.
모든 것을 운명 탓해버리면 모든 것에 의문을 갖지 않는다는 말과 같으니 말입니다.

저도 고약한 버릇을 가지고 있는데, 이 버릇이 힘든 일이 있을 때는 훌훌 털고 일어나기에 참 좋지만
선생님 말씀처럼 제 인생에서의 책임감은 조금 덜 한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제는 제 운명 탓을 그만할 때가 된 것 같다고 생각한 찰나에 이 글을 읽게 되어서
주인 의식을 가지고 제 운명을 개척해나가 보고자 합니다.


살아가는 것에 대해서는 물고기에 빗댄 설명이 인상 깊었습니다.
죽은 물고기는 배를 내밀고 떠밀려가지만, 살아 있는 물고기는 물결을 거슬러 원하는 곳으로 올라간다고 말합니다.
떠내려가는 것은 사는 게 아니라고, 문명사회에 떠밀려갈 것인지 힘들어서 역류해 갈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첨언하며 말이죠.

저는 이어령 선생의 비유에 따르면, 살아 있는 사람 같지 않게 살아온 듯합니다.
제 주관을 피력하지도, 모든 것에 의문을 갖지도 않는
죽은 물고기처럼 흐르는 대로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여러모로 많은 생각이 들게 한 책이었습니다.
내가 살아온 인생에 대해 돌아보고, 죽음에 대한 생각도 조금이나마 선명해지게 한 책이기도 했고요.

이어령 선생이 말한 생과 죽음의 차이를 적고 리뷰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촛불은 끝없이 위로 불타오르고, 파도는 솟았다가도 끝없이 하락하지. 하나는 올라가려고 하고 하나는 침잠하려고 한다네.
인간은 우주선을 만들어서 높이 오르려고도 하고, 심해의 바닥으로 내려가려고도 하지.
그러나 살아서는 그곳에 닿을 수 없네. 촛불과 파도 앞에 서면 항상 삶과 죽음을 기억하게나.
수직의 중심점이 생이고 수평의 중심점이 죽음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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